아린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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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은 봄이다

OMG 0 1925 23.02.09 12:43

아린은 봄이다


아린이 물감이 되어 봄을 채색했다. 신기루처럼 아름답고 또 아릿한 아린의 봄, 아린이란 환상통.


플라워 패턴 톱, 러플 드레스 모두 드리스 반 노튼, 링 스윙셋.


드레스, 글러브 모두 푸시버튼.

드라마 <환혼>의 두 번째 이야기 <환혼: 빛과 그림자>가 이제 막 종영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시즌1은 재작년부터 촬영했고 시즌2도 작년 10월에 촬영이 끝났다. 촬영이 끝난 지는 좀 됐지만 최근까지 한참 재미있게 모니터하던 중이라 끝났다는 실감이 안 나더라. 방송을 보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 것처럼 에피소드나 대사가 생생하게 기억이 났거든. 그런데 이제 정말 초연을 떠나보내려고 하니 더욱 애틋하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 오랜 기간 함께한 첫 작품이라 무척 각별했던 것 같다.

아린이 맡은 첫 정극이자 사극이었다.
그렇다. 계속 가수 활동만 하다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를 해봤다. 만나는 사람들도, 현장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지니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그동안 열심히 했던 배역 연구나 연기 레슨도 도움이 됐지만 그것과는 다른 실전 배움이라고 할까. 선배님들 곁에 딱 붙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조언을 들으려고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나?
박은혜 선배님과 모녀 관계로 나왔는데 현장에서 늘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주고받는 대사가 있으면 먼저 시범을 보이고 내 연기에 대한 피드백도 해주셨다. 오나라 선배님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워낙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대배우 선배님들 사이에 있으니 평소보다 더 얼어붙게 됐다. 그때 오나라 선배님이 “우리 모두 긴장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배우라고 해서 긴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긴장을 안 하는 척하는 게 느는 거다”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큰 위안이 됐다.

<환혼>의 진초연은 대호국 4대 가문 중 진씨 집안의 막내딸로 천하사계 중 봄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극 중 사랑스러우면서도 철부지 같은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아린은 오마이걸 멤버 중 막내지만 듬직한 ‘맏내’ 같은 느낌이라고 들었다. 아린과 초연은 어떻게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를까?
비슷한 건 아무래도 허점투성이인 것?(웃음) 아, 그리고 초연에겐 항상 가족이 우선인데 그 점은 나와 매우 비슷하다. 다른 점은 초연은 애교도 많고 가만 있어도 사랑스러운데, 나는 그렇지 않다.

가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건 아린인데?
하하, 팬들은 그렇게 봐주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난 애교도 없고 먼저 다정다감하게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족에게는 더욱 그렇고. 내가 나름 부산 여자라서 평소에 무뚝뚝하고 뒤에서 챙기는 ‘츤데레’에 가깝다.(웃음) 

그러고 보니 장녀다운 의젓함도 비친다. 남동생에게는 어떤 누나인가.
글쎄, 평소 사사건건 관심을 쏟지는 않는다.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어주는 편이다. 그래서 간섭은 안 하지만 뭔가 마음만으로는 늘 챙겨주고 싶은? 근데 이건 내 생각이고 동생 생각은 좀 다를 수 있다.(웃음)


비비드한 컬러의 드레스 뷔미에트, 네크리스 구슬 파세라.


블랙 러플 톱 스틸세인, 스커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년이란 시간 동안 <환혼>의 진초연으로 지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도 많이 가까워졌겠다.
초반에는 또래 배우들끼리 낯을 많이 가렸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가 돼서야 다들 친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눴다. 단톡방을 통해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고 코멘트도 한다. 조금 더 빨리 친해질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제일 가깝게 지낸 배우는 누군가.
상대역 ‘당구’로 나온 유인수 배우. 아무래도 합을 맞추는 신이 가장 많다 보니 자주 대화를 나눴다. 또 감독님이 대본 리딩 초반에 당구에게 미션을 주기도 했다. 내가 연기 경력이 많지 않으니, 초연이랑 좋은 ‘케미’를 이끌어내도록 먼저 리드하라고. 그래서 당구 오빠가 나한테는 현장에서 연기 코치나 다름없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많이 배웠다. 

어떤 배움인가?
캐릭터를 분석하는 방식부터 연기에 임하는 태도, 동료를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 오빠를 보면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진지한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이 더 커진 것 같다. 대사를 맞추면서 계속 피드백을 받다가 언젠가 오빠가 “이제 더 이상 내가 말할(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을 때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붙었다.

현장에서 아린을 힘들게 한 것도 있나?
하하, 이 질문엔 거의 모든 배우가 아마 비슷한 대답을 하지 않을까. 극 중 진씨 가문의 거처인 진요원에서의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 진요원 세트장이 대구와 문경에 있는데, 이동 거리도 길지만 진요원에서의 촬영은 유독 날씨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지난 겨울 눈이 엄청 많이 왔을 때는 눈이 세트장 지붕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결국 눈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눈이 멈춰 촬영을 시작하려고 하면 다시 눈이 오고, 촬영에 들어가면 또 어김없이 눈이 내리는 탓에 날을 꼬박 새우며 대기했던 기억이 있다.

진요원은 요괴들이 봉인돼 있는 요기가 가득한 곳으로 나오지 않나. 정말 그런 음험한 기운이 있었던 걸까?
정말 그래서일까?(웃음) 배우들 사이에선 진요원 세트장에 가면 못 나온다고 해서, ‘개미지옥’이란 별명도 붙여줬다.

오마이걸 이야기를 해보자. 7년 전쯤에는 ‘아린에게 오마이걸은?’이라고 묻는 질문에 “작은 사회 같다”고 답변해서 화제를 모았다.
아직도 정말 민망하다. 그 발언 때문에 “오마이걸 활동이 너에게 사회생활이었던 거야?” 하고 언니들이 장난을 치기도 했고 주변에서 오해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얘기가 아니었다. 중학생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비교적 일찍 데뷔한 편이라 오마이걸 멤버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경험이 정말 내가 나고 자란 곳과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이자 작은 우주라 그렇게 표현한 거다.

안다. 오히려 굉장히 어른스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을 때 빛나는 ‘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은 물론 아린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스태프, 조력자들과의 ‘관계 안에서의 나’를 일찌감치 인식했다는 거니까. 그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어린 아린이 고민했을 자신의 역할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렇게 봐준다니 너무 감사하다. 사실 오마이걸은 더 이상 작은 사회가 아니다. 지금 오마이걸은 거의 내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이제는 또 다른 가족에 가깝다.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이다.


그린 톱 푸시버튼, 비즈 링, 실버 네크리스 모두 구슬 파세라, 볼드한 비즈 링, 이어링 모두 스윙셋.

햇수로 데뷔 9년 차더라. 처음부터 예뻤던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어떤 모습이 예쁜지 알고, 표현하는 데 있어 능숙해졌다고 할까? 본인 스스로 느낀 변곡점이 있나?
사람들이 봐주는 거랑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느낀 시점이 조금 다르다. 팬들은 음악 방송 진행을 맡았을 때 가수와는 다른 활동이고 매주 새로운 콘셉트를 소화하다 보니 경험치가 늘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더라. 하지만 내가 정말 편해졌다고 느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전 카라 선배님의 ‘스텝’ 커버 무대를 했을 때, 그제서야 문득 이제 무대가 조금은 편해졌다는 느낌이 확 오더라.

<가요대제전>이었지? 그러고 보니 그때 유독 예뻤다.
예전에는 무대를 할 때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오늘은 이런 느낌으로 해야지’ 하고 머리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무대를 할수록 그냥 나 자신을 보여주는 데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때 비로소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아린의 얼굴을 정말 많이 들여다봤다. 문득 20년 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나 <철도원> 속 여자 주인공과 같은 분위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목구비가 닮았다기 보단 깊은 산속에서 찾은 생경한 샘물 같은 질감이 비슷하게 느껴진달까.
그런가? 예전 영화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찾아봐야겠다.(웃음)

그런데 누구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누구와 닮았다는 건 무척 영광이다. 다만 예전에는 ‘어떤 선배님을 닮고 싶다’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였다면 지금은 그냥 ‘아린은 아린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아린만의 색깔이 있다’는 말이 더 좋더라.

10년 후엔 더욱 무르익겠지? 10년 후의 아린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
10년 후면 나도 서른 중반이다. 오마이걸도, 연기도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는 거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즐기면서 그리고 여전히 성실하게 활동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포토그래퍼 류경윤
스타일리스트 이우민
메이크업 이신애(멥시)
헤어 서윤(멥시)
어시스턴트 양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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