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Y' 이환 감독, 한소희·전종서·유아로 완성한 좋은 배신감 [인터뷰]

'프로젝트 Y' 이환 감독, 한소희·전종서·유아로 완성한 좋은 배신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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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 이환 감독, 한소희·전종서·유아로 완성한 좋은 배신감 [인터뷰]

OMG 0 27 26.01.27 10:14
이환 감독은 자신의 첫 상업 영화 '프로젝트 Y'를 "오랜 시간 품고 있었던, 애정이 많았던 이야기"라고 했다. 여러 갈래로 뻗어 있던 서사는 제작이 결정된 뒤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범죄 장르로 압축됐다. 

그 결과물은 검은돈과 금괴를 둘러싼 추격전처럼 속도감 있는 외형을 띠지만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이환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강조한 건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균열이다. 한소희 전종서의 조합이 만든 화제성 역시 이 작품의 첫 엔진이지만, 이 감독의 목표는 이름값이 아니라 배우들이 보여줄 새로운 얼굴에 맞춰져 있다.

"처음에는 이 소재로 장르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려면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했고, 기존 방식에서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버릴지 계속 생각했죠. 장르는 범죄 누아르를 염두에 뒀지만 완전히 그 안에 머무는 작품은 아니에요. 전작에서 경험한 게 오히려 진짜를 그대로 보여주면 관객이 거짓말처럼 받아들이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불편한 것들을 일정 부분 가공해 보자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이환 감독이 말하는 가공은 현실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 현실의 모서리를 더 뾰족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날것의 감정을 장르의 리듬 안에 넣어 관객이 재미를 갖고 따라가게 만드는 식이다. 그 결과 '프로젝트 Y'는 이 감독이 전작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보여줬던 하이퍼 리얼리즘의 충격적인 질감을 일정 부분 덜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때문에 이환 감독에게 '프로젝트 Y'는 기존의 독립영화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는 대신 절제와 조율이라는 다른 엔진을 장착해야 했던 작업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정답이 있기보다 관객 각자가 알아서 느끼길 바랐어요. 의도적으로 감정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려 했다기보다는 캐릭터 라이징 무비를 만들고 싶었죠. 캐릭터들이 계주처럼 바통을 넘기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모든 인물에게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넣었습니다. 욕망에서 출발하고, 그 욕망 위에 또 다른 욕망을 덧씌웠어요. 그렇게 욕망이 욕망을 낳고 번지면서 사건이 확장해요."

'프로젝트 Y'는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인생의 벼랑에서 검은돈과 금괴에 손을 대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 둘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토사장(김성철), 석구(이재균), 화경(유아), 황소(정영주), 가영(김신록) 등 주변 인물도 모두 뜨겁게 욕망하고 그 충돌이 서사의 속도를 밀어붙인다. 이환 감독은 등장인물의 강렬함을 위해 친절한 전사를 일부러 걷어내기도 했다. 이미 달리고 있는 차에 탑승시키겠다는 발상에서다.

"토사장은 전사 없이 악한 면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었어요. 김성철 배우와는 그 지점을 계속 이야기했는데, 전사 자체는 배우에게 설명하되 영화 안에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기로 했죠. 그래서 '자동차를 타더라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 운행 중인 차에 올라타게 하자'고 말했어요."



이환 감독은 캐스팅에서 '좋은 배신감'을 중요하게 본다. 익숙한 이미지를 뒤집어 관객이 배우의 새로운 결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방향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의 한소희에겐 리더십과 욕망이 전면에 드러나는 얼굴을, 강렬하고 독립적인 이미지의 전종서에겐 유약한 얼굴을 기대했다.

"미선에게 기대한 건 리더십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빈틈이 있고, 그럼에도 판을 이끌고 욕망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모습이었어요. 특히 빈소에서 부의함을 깨고 돈을 챙기는 장면은 지방 소도시 재래시장 상인들이 싸울 때 나오는 악착같은 에너지가 있었으면 했죠. 한소희 배우가 그걸 잘 표현해 줬어요. 전종서 배우는 워낙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뚜렷한데 도경으로 유약한 면이 드러나길 바랐고 정말 잘 소화해 줬죠."

유아의 캐스팅 역시 같은 결의 선택이다. 화경이라는 캐릭터가 이야기의 시작점을 쥐고 있는 만큼 이환 감독은 신인보다 좋은 배신감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인물이 이 역할을 연기하길 바랐다. 유아는 '청량 걸그룹' 대표주자인 오마이걸의 멤버다. 영화 속 변신이 오히려 반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유아가 그 부담까지 감수하겠다는 선택을 내리면서 '프로젝트 Y'에 합류했다.

"예능에서 봤던 모습들이 문득 떠올랐고 화경이라는 인물과 결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첫 미팅을 하고 막상 집에 와서 다시 곱씹어보니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아이돌로 쌓아온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선택이 오히려 반감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어요. 그래서 다시 만나 이 지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는데, 유아 배우는 그럼에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워크숍을 많이 했어요."



이환 감독은 영화에서 빛을 적극적으로 쓰고 전단을 곳곳에 붙여 인공광이 지배하는 도시의 밤을 특정한 어딘가로 만들고자 했다. 오프닝과 엔딩의 지하차도 신처럼 인공광만 존재하는 공간은 인물의 정서를 압축하는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빛은 인물을 분리하고 대비시키는 서사적 도구 역할을 했다.

"빛을 되게 많이 썼고 전단도 많이 붙여보자 했어요. 오프닝과 엔딩의 지하차도 장면은 오직 인공광만 존재하는 공간이잖아요. 서울도 홍콩도 뉴욕도 아닌 어딘지 모를 도시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미선의 얼굴이 드러날 때 도경은 반이 가려지거나 실루엣이 되도록 대비를 뒀어요. 이들의 얼굴을 잘 보고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는가, 그게 중요했어요."

감독이 꼽은 명장면은 미선과 도경이 토사장의 것을 훔치기 위해 결탁하는 장면, 미선이 링거를 맞고 있을 때다. 그는 "미선과 도경이 토사장의 것을 훔치려고 결탁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때 두 배우의 얼굴이 압도적이었고 찍을 때 정말 좋았다. 지금도 그 장면을 보면 굉장히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환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야기를 사회 어두운 이면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어두운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그는 문제를 설명하기보다 문제를 보는 과정에 관객이 흡수되길 원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Y'를 욕망과 선택의 연쇄를 하나의 질주로 구성했다. 장르적 쾌감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통로이고, 그 통로 끝에 남는 건 결국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다.

"문제를 말하기보다 문제를 보면서 사람들이 흡수되길 원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어두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 영화는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많이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영화 끝나고 아련한 마음이 생긴다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트 Y'는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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