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다시나로_프로젝트
시작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씨 좋은 어느 가을날, KBS 음악방송 녹화 현장
’오마이걸‘이 노래를 하고 있었고
방송국의 기술 문제로 음악이 끊어졌다
NG, No Good인 상황, 큰 문제는 아니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이 부분을 편집한 뒤
자연스럽게 녹화를 이어가면 되는 거였다

오마이걸은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했다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팬들에게 보내는 서비스
역시 프로다운 모습
”한별아, MC인 네가 올라가서 수습 좀 해!“
PD 선배의 콜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
NG 상황에서도 무반주로 노래하는 오마이걸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관객과 가수
그 분위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나도 살랑살랑 춤을 추며 무대에 올랐다
그 상황에서 가장 당황한 관객과
당사자인 오마이걸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수습했다
방송 현장에서는 많이 겪어본 방송 사고 상황

그런데,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이 상황 덕분에
내 인생은 꽤나 많이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는 NG로 사라질 상황이
방송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실수의 상황이
뉴미디어, 유튜브 세상에는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도 미디어, 콘텐츠 입장에서는 소비자인
관객과 시청자가 기록한 영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걸 찾아보는 사람들은
댓글과 소통으로
전혀 다른 해석과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특히 우리가 감추고 싶어 하던 NG 상황
그저 ’당연하게‘ 수습한 것뿐인 상황에서
팬들은 MC인 나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진행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수습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우리 가수의 목소리를 지켜줘서 고맙다‘
’우리 가수에게 먼저 사과해 줘서 고맙다‘
’저런 MC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나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누군가에게는 ’우리 가수‘를 지켜낸
특별한 행동이고 감사였다
특히 이것은 소비자라 여겼던
시청자가 만든 콘텐츠, 그리고 소통의 창구
130만 회가 훨씬 넘는 조회수와
수 천 건의 댓글들
그리고 나에게 쏟아진 칭찬과
얼마 후, 녹화장으로 온 커피차까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내가 정답이라 생각했던 세상의 공식을 넘어
새로운 공식으로 미디어 세상은 변해있었다
왜 기존의 미디어를 올드미디어라 부르는지
그 안에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미 변해있었다
(계속)

2025 멤버십 연재 브런치북 <다시, 나로>
(‘KBS 아나운서’ 떼고, ‘다시, 나로’ 홀로 서기 위한 자발적 방황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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